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의 곶이 아니다?

여행지로서 대륙의 끝을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아프리카로 여행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까지 가서 아프리카의 최남단을 밟아 보는 코스가 아닐까?

그러나 이 코스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여행자들이 희망봉을 아프리카의 최남단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진짜 최남단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프리카의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곳에 있는 아굴라스 곶이다.

아굴라스 곶에 서 있는 등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대서양과 인도양이 합류해서 호쾌한 물보라가 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대륙의 끝에 다다른다. 그 곳에는 최남단임을 알리는 표식도 있고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일반적으로 희망봉을 아프리카의 최남단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일까? 희망봉이 남부의 대도시 케이프타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관광지로 이용하기 쉽다는 점이 이러한 오해를 야기시킨 원인의 하나이다.

아굴라스 곶은 케이프타운에서 차로 5시간이나 걸리는 불편한 장소에 위치해 있다. 근처에 숙박 시설도 적어서 관광을 하려면 케이프타운에 숙소를 정하고 차로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면 왕복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까운 희망봉을 선호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희망봉이 아프리카의 최남단이라는 영예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 오기노 요이치 지음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