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왜 안개로 유명할까?

파리가 꽃의 도시로 불린다면 런던은 안개의 도시이다.
파리를 꽃으로 비유하는 것은 파리가 예술, 패션의 중심지라는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런던을 안개의 도시로 부르는 것은 정말로 안개가 많기 때문이다. 안개는 런던의 명물 중의 하나여서 런던을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런던에 안개가 많은 것은 영국의 먼 바다를 흐르는 해류 때문이다. 영국 주변에는 남서로 멕시코만류(난류)와 북동으로는 북극 해류(한류)가 각각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해류가 좁아지는 도버 해협에서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그러면 멕시코만류가 가져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차가운 북극 해류에 인해 차가워지는데, 그것이 대량의 안개가 되어 런던 거리를 뒤덮는 것이다. 매년 10월 하순에서 1월에 걸쳐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특히 이 무렵이 북극 해류의 기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런던이 안개의 도시가 된 기상적인 이유인데, 그것으로 설명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런던의 안개를 말하자면 너무나도 진하기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째서 런던의 안개는 그렇게 진해졌을까?
여기에는 겨울 동안 난방용으로 태우는 석탄의 매연이나 주변 도시의 공장 연기와 같은 매연이 연관되어 있다. 매연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도시에서나 발생하는 것인데,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바람에 실려 분산된다. 그러나 안개의 도시 런던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안개와 매연이 대기 중에서 응결하여 점점 밀도가 높아져 버린다.
아무리 명물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면 관광객들도 도망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1956년, 공기청정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로 인해 대기오염에 큰 제동이 걸려 악명 높던 안개가 조금씩 옅어졌다고 한다. 최악의 시기와 비교하면 겨울의 일조시간이 50%나 증가했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이다.
다시 말해, 런던에 안개가 많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명탐정 셜록 홈스가 활약했던 시대처럼 ‘우유를 쏟아 부은 것 같은 안개’는 아니라는 소리다.

출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