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 주변이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이유는?

시베리아는 혹한의 땅이다. 한겨울에는 영하 40~50도인 날이 당연한 듯 이어진다. 가까운 가게에서 맥주를 사도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얼어버리기 때문에 ‘냉장고’로 해동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는 믿을 수 없는 장소이다.
그러나 그런 겨울의 시베리아에도 비교적 지내기 쉬운 곳이 있다. 바로 바이칼 호의 주변지대이다. 바이칼 호 주변은 한겨울에도 다른 지역보다 10도 정도 따뜻하다. 어째서 바이칼 호 주변은 온난한 기후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이칼 호 수온의 힘 때문이다. 바이칼 호의 표면 수온은 한겨울에도 0.3도 정도이고 심층수온은 3.2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세계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에 비해서는 의외로 따뜻한 편이다. 이 수온의 영향으로 바이칼 호 주변은 다른 지역보다도 따뜻해진다.
말하자면 바이칼 호는 시베리아 대지를 덥혀주는 거대한 난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수온이 따뜻해도 그것만으로 기온이 10도나 차이가 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물론 평범한 호수라면 기온에 그 정도의 영향을 줄 힘은 없다. 이것은 세계 최대의 담수 호수인 바이칼 호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어쨌든 바이칼 호는 크다. 심층수온이 한겨울에도 3도 이상이나 된다는 것도 평균 수심 740미터, 가장 깊은 곳은 1,741미터나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바이칼 호의 엄청난 크기가 기온마저 바꾸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이칼 호 주변이 따뜻하다고는 하나 원래가 영하 40도,50도인 세상이다. 10도 정도 따뜻하다고 해도 혹한지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많은 수분을 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체감온도가 낮을 때도 있다.
‘분명히 이 주변은 따뜻하다고 했는데······’라는 생각으로 털 코트를 벗으면 순식간에 동사할지도 모른다. 이 지역에서 ‘따뜻하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교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