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까지 날아가는 중국 대륙의 모래 ‘황사’

지도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들 중에 해류와 기류가 있다. 아무리 화살표를 그려 가며 바람과 조류의 흐름에 대해 설명을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흐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고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그런 흐름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초봄이 되면 자주 우리를 찾아오는 ‘황사’가 그것이다.
황사 현상은 중국 사막 지대의 모래(미세모래, 먼지라고도 볼 수 있음)가 한국과 일본으로 날아 오는 현상이다. 봄철 한반도와 일본 서부 각지에서는 비가 온 뒤에 누런 먼지 같은 것이 차의 앞유리 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모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보면 중국의 사막 지대로부터 날아 온 것임이 드러난다.
중국에서부터 바다를 건너 모래가 날아 오는 것인데, 이런 거짓말 같은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중국 서부에서 시작되어 한반도와 일본의 상공을 지나가는 제트 기류이다.
제트 기류는 편서풍의 일종이지만, 특히 강한 흐름이 좁은 영역에 집중됨으로써 작은 구멍을 통해 분출하는 유체의 흐름과 같다고 하여 제트 기류라는 이름을 얻었다. 중국의 평원으로부터 한반도나 일본에 모래를 실어 나른다는 것만으로도 이 기류가 엄청난 힘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상공에 제트 기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가했던 미일 양국의 조종사들도 알았다. 미군 조종사는 필리핀에서 일본을 목표로 날아갈 때 이 기류를 이용했으며, 일본군도 이를 이용해 미국 본토에 풍선 폭탄을 떨어뜨릴 계획을 세우고 6,000발을 상공에 띄워 보냈다. 그 중 400발은 정말 미국까지 도달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 오기노 요이치 지음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