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흐르는 ‘환상의 강’ 와디란 무엇인가?

아라비아 반도라고 하면 어느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막 지대이다. 연 강수량은 100mm 미만인 데 비해 연간 증발량은 최대 1,000mm 이상이므로, 당연히 대지는 바짝 메마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곳에도 하천을 나타내는 파란색 선이 그려져 있는 곳이 있다. 그래서 지도만 믿고 기대감을 안고 찾아가 보지만 강물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와디(wadi)' 라고 불리는 환상의 강이기 때문이다.
와디는 아라비아 어로 강, 계곡, 강바닥 등을 의미하는데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강, 이른바 ‘건조 하천’이다.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진 엄청난 양의 비가 토사와 함께 일시적으로 흘러 가면서 만들어 놓은 골짜기이다. 하루에 연 평균 강수량과 맞먹는 양의 비를 몽땅 쏟아붓는 것은 사막 지대의 강수 특징 중 하나이다.
물이 잘 빠지는 바닥의 모래나 수분을 증발시키는 태양 광선도 이런 집중 호우를 당해 내지는 못한다. 순식간에 수로가 생기고 일시적으로 하천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환상의 강 와디의 정체이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4년치의 비가 며칠 동안에 내려 와디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4년 연속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와디를 흐르던 물은 1~2일 만에 전부 말라 버리고 그 곳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다. 이렇다 보니 와디를 이용해서 생활 용수를 얻거나 농사를 짓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한다. 와디를 형성하는 집중 호우는 주민들에게 순간적인 기쁨을 가져다 줄 뿐이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 오기노 요이치 지음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