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카스바의 비밀

외국 도시들의 시가도(市街圖)를 보면 계획적으로 건설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들이 있다. 에펠 탑을 중심으로 방사선 상으로 뻗어나간 파리나, 처음부터 도시의 윤곽을 잡고 건설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 같은 도시들은 지도를 보고 있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길을 잃으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미로 같은 도로망이 깔려 있는 도시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도시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있는 옛 시가지 카스바(casbah)이다.

항구 옆 구릉 중턱에 세워진 성채를 향해 나선형으로 뻗어 올라간 옛 시가지가 카스바의 거리이다. 좁은 도로가 구불구불 계속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꺾어지고, 돌연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등 정말로 미로라는 말이 딱 맞다.

더욱이 길 양 옆에는 석조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햇볕도 들지 않을 정도로 어둑한데 여행자들에게는 으스스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것은 카스바 옆 해안선 일대가 깔끔하고 산뜻한 순백색 주택 지역인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괴상한 도로망을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하나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햇빛이 곧장 드는 직선 도로망을 피했다는 것이 있다.

한편으로는 알제리 인들이 독립 투쟁을 할 때 적의 침략을 저지할 목적으로 일부러 도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1954년 알제리 전쟁 당시 프랑스군은 카스바의 깊숙한 곳에 포진한 알제리 게릴라 군에 대한 공격에서 고생만 하고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 오기노 요이치 지음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